[동행] ‘열두 살 나무꾼 민호’
컨텐츠 정보
- 669 조회
- 0 추천
- 0 비추천
-
목록
본문
오늘(23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451화에서는 ’열두 살 나무꾼 민호‘ 편이 방송된다.
√ 나무꾼이자 살림꾼 민호
부산 외곽의 한 마을. 작은 체구에 몸집만 한 지게를 메고 산을 오르는 소년, 열두 살 민호다. 2년 전부터 틈만 나면 땔감을 구해온 이유는 식수며 목욕물 등을 데워야 하기 때문이다. 조부모님이 40여 년 전부터 살아온 월세 집은 재래식 화장실뿐이라 샤워실이며 세면 시설이 없어 작은 마당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 온수가 나오지 않아 늘 아궁이에 불을 지펴 물을 끓여 써야 하다 보니, 할머니(84세)의 무릎관절증과 허리 통증이 심해지면서부턴 민호가 전적으로 나무를 해오기 시작했다. 가족 중 힘쓰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이제 겨우 열두 살인 민호뿐. 아흔을 바라보는 할아버지(88세)는 귀도 어둡고 천식까지 있는 데다 얼마 전, 낙상 사고로 어깨가 골절돼 한 달가량 병원 신세를 지느라 많이 쇠약해지셨고, 일용직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던 아빠 역시 작년 7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반신불수가 돼 일상생활도 힘들어졌다. 아픈 가족을 보살피고, 손 많이 가는 집안 살림까지 하면서도 키워주신 은혜에 보답하는 일이니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의젓한 민호다.
√ 애끓는 조부모의 마음
성인 둘이 누우면 꽉 차는 좁은 방에서 생활하는 민호네, 네 식구. 겨울에도 기름값 무서워 보일러 대신 전기장판을 사용하다 보니, 모여서 온기를 나누는 제일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방문 옆에 딸린 부엌은 문지방이 높아 관절 아픈 할머니에겐 큰 장애물. 그래서 민호는 끼니때마다 할머니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수발한다. 아들이 쓰러진 후 집을 나간 며느리 대신 아픈 남편과 아들 챙기랴 또 어린 손주 키우랴 굽은 등을 펼 새가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 또한 평생 땅도 집도 없이 남의집살이에 품팔이로 생계를 꾸리며 힘겹게 살아왔는데 지금도 수입이라곤 연금뿐. 노부부가 같이 마을 경로당을 청소하며 생활비를 마련할 수밖에 없어 막막하기만 하다. 재활치료가 시급한 아들의 요양병원비도 더는 감당할 수 없어 집으로 데리고 온 것도 미안한데 그 사정 뻔히 알고 몸보다 크고 해진 옷을 입어도, 빗물 받아 이불 빨래를 하고, 변변한 먹거리 한 번 못 챙겨줘도 불평 없는 손자를 볼 때면 가슴 아프다.
√ 민호의 그림과 소원
책상도 없어 늘 방바닥에 엎드려서 해야 하는 공부. 민호의 큰 눈망울이 더 초롱초롱해지는 건, 역사 공부를 할 때다. 역사에 대한 애정은 그림으로도 나타나는데. 바로, 민호가 작년에만 천여 장 넘게 그렸다는 역사 속 인물들이다. 따로 그림을 배운 적 없지만,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민호. 그림은 민호에게 힘든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놀이이자, 또래도 없는 동네에서 외로움을 달래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일이 늘 즐겁지만은 않은 건, 그리고 싶은 욕구를 늘 따라오지 못하는 부족한 종이 때문이다. 종이와 색연필을 사달라 입조차 뗄 수 없는 건, 사주지 못해 마음 아파할 할머니 때문이다. 아직은 또래보다 키도 작아 지게를 지는 게 버겁지만, 장작이 많을수록 할머니가 편안해질 날이 늘어나니 더욱 이를 악무는 민호. 몸이 불편한 아빠를 씻기고, 볼일 본 소변 통까지 치우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건, 하루빨리 아빠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소원은 오직 가족 모두의 건강이라는 민호. 오늘도 씩씩하게 하루를 맞이한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동행‘
관련자료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