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에 경비원 숨졌는데"...집값 떨어진다고 추모 현수막 제거한 '이지역' 아파트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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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이른바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생을 마감했는데요. 동료들이 내건 추모 현수막조차 일부 주민들의 항의로 제거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고용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2023년 3월 18일 지역사회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최근 아파트 입구에 "관리소장과 입대의회장 갑질로 경비원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 사망했습니다. -경비원· 미화원 일동-"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철거했습니다.

아파트 관계자는 "집값이 내려간다는 주민의 항의가 빗발쳤다"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정문 입구 현수막을 제거했다"고 말했습니다. 단지 내부와 후문에 걸린 현수막은 아직 수거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강남 아파트서 경비원 숨진 채 발견…"소장 갑질 힘들다"

앞서 이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A씨(74)는 3월 14일 아침 7시 40분께 단지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는 7시 16분께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동료들에게 전송한 뒤 아파트 9층에서 투신해 숨졌습니다.
동료들은 A씨가 숨진 뒤 단지 곳곳에 현수막과 전단을 붙이며 10년 넘게 경비원으로 근무한 A씨가 관리소장의 부당한 인사 조처와 모욕적인 발언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실제 A씨는 최근 경비반장에서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됐습니다.
그러자 입주자들은 경찰서와 강남구청에 사전 허가를 받지 않은 현수막이 내걸렸다며 민원을 넣었다고 전해집니다.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접수된 민원이 한두건이 아니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면서도 말을 아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9일에도 청소노동자 B씨(70대)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B씨는 숨지기 하루 전 아파트 청소용역업체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동료 경비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평소 관리책임자가 A씨를 상대로 무리한 업무 지시를 내렸는지와 구체적인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입니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파악해 달라며 조사 권한이 있는 서울지방노동청에 통보했습니다.
경비원들의 처우 개선, 특히 '고용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애초부터 불리한 근로 계약 때문에 '갑질'을 당해도 대응할 수 없었단 겁니다.
이 아파트 경비원들만 해도 '3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에, 임금은 정확히 '최저' 수준으로 맞춰져 있었습니다. 2주 이내로 규정된 퇴직금 지급 시기는, 두 달까지 늦춰도 문제 제기 못 하도록 막아놓기도 했습니다.
최근 석 달 사이, 이 아파트에서 일하다 계약이 해지된 경비원만 10명이 넘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람이 먼저 아니냐? " ,"사람이 죽었는데, 집값떨어진다고, 발상과 생각이 너무 어이가 없다, 하나뿐인 생명을 끊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언제부터 돈만 생각하는지, 인간이하의 언행에, 무서운 사람들이다"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경비원 갑질해서 죽이고 집값 떨어진다고 민원 넣는 수준ㅉㅉ 계속 떨어져라 쭉쭉~~"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도 변하지 않습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잊을만 하면 ‘갑질 사건’...노동 구조·인식 바꿔야

전문가들은 입주민 갑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라고 보더라도 이 사건은 간접고용구조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경비노동자의 위탁관리비율이 80%를 상회했습니다. 자치관리도 경비·미화업무를 용역회사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많아 간접고용비율은 9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됩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체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대표들이 예산 사용과 관련해 관리소장을 많이 압박하는데, 관리소장들도 다 계약직이라 을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다"며 "이 사람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주민들이 만들어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이 아파트에 대한 근로감독에 돌입했고 경찰도 '갑질 피해'를 수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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