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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더욱 선명해진 고독과 환희… 새롭게 태어난 뮤지컬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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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040947705e19bb57f2d6c1e4b9950b3a.jpg [뮤지컬 베토벤] 공연 포스터 _제공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베토벤>은 초연과 재연을 거치며 꾸준히 화제를 모았지만, 이번 시즌이 유독 큰 기대를 모은 이유는 분명하다.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박효신,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홍광호라는 이름 때문이다. 현재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가 같은 배역을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품을 향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특히 홍광호는 초연 당시부터 출연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 시즌을 위해 오랜 시간 피아노 연습에 매진할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그렇다면 이 두 배우를 무대 위로 불러낸 힘은 무엇일까. 새롭게 태어난 <베토벤>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처럼 다가온다.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베토벤>은 단순한 재연이라기보다 작품의 방향성을 다시 정립한 새로운 버전에 가깝다. 초연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제기됐던 서사적 아쉬움을 보완하고 베토벤이라는 인물의 내면에 더욱 깊이 다가가기 위한 고민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특히 이번 시즌은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합창'을 작품 전체의 중심축으로 삼으며 이야기의 응집력을 높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청력을 잃어가는 베토벤의 고통을 보다 구체적으로 체감하게 만든 점이다. 작품은 청력 상실을 단순한 배경 설정이 아닌 극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끌어올렸다. 객석에는 베토벤의 시점에서 경험하는 이명과 왜곡된 소리가 음향적으로 구현되고, 관객은 그가 마주한 고독과 불안을 보다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청력을 잃어가는 음악가의 절망뿐 아니라 그 절망을 넘어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예술가의 집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인물 관계 역시 정비됐다. 특히 안토니 브렌타노는 로맨스의 상대가 아닌 인간 베토벤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정신적 동반자로 재구성됐다. 새롭게 추가된 넘버와 재배치된 장면들은 인물들의 감정선을 보다 촘촘하게 연결하며 서사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베토벤의 영감을 상징하는 존재인 '혼령' 역시 더욱 날카롭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해 극적 긴장감을 높인다.

무대 역시 인상적이다. 샹들리에 아래 펼쳐지는 궁중 무도회, 비엔나의 거리와 극장, 콘서트홀 등 시대적 공간들이 입체적으로 구현되며 대극장 프로덕션만의 스케일을 완성한다. 여기에 영상과 조명이 더해지며 베토벤의 내면 풍경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낸다.

박효신이라는 이름이 만들어내는 설득력

이번 시즌 <베토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단연 박효신과 홍광호의 더블 캐스팅이다. 두 배우 모두 강력한 티켓 파워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오랫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만큼 캐스팅 공개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기자가 관람한 회차는 박효신이 출연한 공연이었다. 무대 위 박효신은 베토벤의 고통과 광기, 집념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특히 홀로 무대에 남아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에서는 객석 전체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노래를 다루는 방식이다. 강한 성량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음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조율한다. 흔히 말하는 '크리스털 클리어(Crystal Clear)'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깨끗하고 안정적인 발성, 그리고 섬세한 감정 표현이 돋보인다.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음악을 컨트롤하는 모습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특히 청력을 잃어가는 장면들에서 보여주는 불안과 분노는 과장되지 않기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배우가 연기하는 베토벤이 아니라 실제로 음악을 잃어가는 한 인간의 절망을 지켜보는 듯한 감정이 전달된다.

동시에 홍광호가 같은 역할을 어떻게 해석할지도 궁금해진다. 박효신 회차를 관람한 뒤 자연스럽게 홍광호의 베토벤 역시 보고 싶어진다는 점은 이번 캐스팅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음악이다

초연 이후 <베토벤>을 둘러싼 가장 큰 화두는 서사였다. 이번 시즌은 베토벤을 압박하는 요소를 가족, 권력과 돈, 청력 상실이라는 세 갈래로 압축하며 이야기의 방향성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했다. 폭력적인 아버지의 기억과 동생 카스파와의 갈등, 후원자들과의 관계,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위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극의 집중력을 높인다.

다만 안토니와의 관계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작품은 두 사람을 연인이 아닌 정신적 동반자로 설정하지만, 그 관계가 충분히 축적되기 전에 결과가 먼저 제시되는 인상을 준다. 몇몇 장면에서는 감정선의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공연이 끝난 뒤 관객의 기억 속에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은 결국 음악이다.

실베스터 르베이의 음악은 베토벤의 선율을 뮤지컬 문법 안에서 새롭게 해석하며 작품 전체를 견인한다. 특히 작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합창 교향곡'은 단순한 넘버를 넘어 작품 전체의 주제를 압축하는 장면으로 기능한다. 절망과 고독, 실패와 좌절을 지나 마침내 환희에 도달하는 순간 객석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초연보다 서사는 분명 단단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베토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음악이다. 이야기가 다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까지 음악이 대신 전달하고, 배우들은 그 음악을 통해 관객을 설득한다.

뮤지컬 <베토벤>은 완벽한 서사의 작품이라기보다 음악이 가진 힘을 가장 효과적으로 증명하는 작품에 가깝다. 그리고 마지막 '합창'이 울려 퍼지는 순간, 왜 베토벤이라는 인물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무대 위에 소환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한편 뮤지컬 <베토벤>은 오는 8월 1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코노미퀸 김홍미 기자 /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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