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탐구 집] 약보다 집짓기? 불면증을 이겨낸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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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퀸 박유미 기자 사진=EBS 건축탐구 집
[건축탐구 집] ‘갱년기 극복 프로젝트 - 집이 보약’ 편이 6월 23일 화요일 밤 9시 55분, EBS1에서 방송된다.
따로 또 같이 사는 집
남도의 끝자락, 경남 진주. 조용한 마을길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반갑게 걸어나오는 부부의 집에는 일상을 회복하게 해준 치유의 시간이 담겨 있다.
갱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아내 도연 씨에게 그 시간은 유독 버겁게 느껴졌다. 몸의 변화에 적응할 틈도 없이 찾아온 불면증은 일상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호르몬 치료제를 병행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중 남편 태준 씨는 환경을 바꿀 수 있을 부부만의 집을 짓자고 제안했다. 갱년기를 극복한 집짓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부부의 집은 ‘따로 또 같이’의 정석을 보여준다. 평소 생활 방식과 취향이 달랐던 부부는 한 지붕 아래 독립적인 두 채의 집을 마련했다. 공동 현관으로 들어서면 왼쪽은 아내의 집, 오른쪽은 남편의 집으로 나뉜다. 축구를 좋아하는 남편의 공간에는 TV와 편안한 소파가 놓여 있고, 아내의 공간에는 취미로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와 취향이 담긴 주방이 자리한다. 독립적인 두 채의 집에는 거실과 주방, 침실이 갖춰져 있어 부부는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게 공간을 활용한다. 평소 식사 시간은 남편의 공간에서 함께 보내고, 그 외의 시간은 각자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부부. 서로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다 보니 생활 공간은 멀어져도 부부 사이는 멀어질 수 없단다. 함께할 때는 함께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는 각자의 공간으로 향하는 삶을 살아가며 부부는 이 집에서 ‘따로 또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며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IT 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베테랑 부부였지만, 집을 짓는 것은 처음이었다. 집을 짓기 위해 부부는 6일간 직접 실습에 참여하며 기초를 배워 나갔고, 모든 과정을 몸소 경험했다. 남편 태준 씨는 특히 단열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 현장에서 직접 우레탄폼을 쏘았고, 부상을 입기도 했다. 아내 도연 씨 역시 처음으로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까는 등 조경 과정에 임했다. 집을 지으며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보람찬 시간을 보냈다는 아내 도연 씨. 부부가 함께 땀 흘리며 완성한 집은 단순한 보금자리를 넘어, 갱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활력을 되찾게 해준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집을 짓고 난 뒤, 할 일이 많아 육체적으로는 힘들지만 보람찬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부부는 앞으로 이 집에서 따로 또 함께 하는 삶을 꾸려나갈 예정이다. 힘든 시간을 견뎠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해준 부부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건축탐구 집>이 탐구해 본다.
정원 노동자의 정원집
전남 담양의 산골마을. 조용하고 한적한 길을 걸어가다 보면 오늘의 집이 보인다. 한눈에 보이는 작은 집 한 채와 드넓은 푸른 정원. 아내 정옥 씨가 직접 가꿔낸 정원집이다.
어릴 적 친정아버지의 영향으로 꽃과 나무를 눈에 담을 수 있는 정원에서 자랐다는 아내 정옥 씨. 그 때문인지 젊은 시절부터 숲속에 살며 정원을 가꾸는 삶을 꿈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달리는 차 안에서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을 때, 고민의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정옥씨 는 망설임 없이 땅을 샀고 꿈은 그렇게 현실이 되었다. 부부가 이 땅을 처음 마주했을 때, 이곳은 비포장 도로의 오지였다. 아무것도 없는 논이었던 땅에 정옥 씨는 자작나무 60그루를 심었다. 나무가 자라고, 꽃이 자라고, 숲이 우거지는 시간을 거쳐 오늘의 정원집이 되었다.
50대부터 시작된 아내의 정원 가꾸기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정원 일을 시작하고 몸 이곳저곳이 상하기 일쑤였다. 이런 아내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아는 남편 영기 씨는 주말마다 이곳으로 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관심사가 다른 탓에 꽃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남편이지만 정원일을 돕는 대신 아내의 끼니를 챙기고 작을 집안일을 책임진다. 그런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낀 아내는 평소 야구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한 집 안에 TV를 놓고, 평소 클래식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피아노를 마련했다. 이곳에서 부부는 각자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또 함께 시간을 보내며 중년의 나날을 지내고 있다.
나이가 들며 찾아온 호르몬이 변화로 삶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던 때에 정옥 씨는 정원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곳에 집을 직접 지을 계획이었지만, 정원 관리만으로 벅찼기에 여러 고민 끝에 부부는 모듈러 하우스를 들이기로 결심을 했다. 단순한 구조의 집이지만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춘 정원집은 높은 층고로 답답함을 줄이고, 집을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박공 창문은 사계절 내내 변화하는 정원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낸다. 집은 모듈러로 방식으로 완성했지만 토목과 상수도 배관 연결은 아내 정옥씨 손길이 닿았다. 직영으로 공사를 진행했기에 현장 기사들과 함께 작업을 이끌었고, 정원이 있는 집이기에 곳곳에 7개가 되는 상수 시설도 직접 디자인해 한 치의 오차 없이 진행되었다. 정옥씨의 꼼꼼한 손길은 정원과 집 곳곳에 고스란히 스며 들어있다. 그렇게 오늘의 정원집이 완성되었다.
갱년기 대신 관절과 맞바꾸어야 했지만 정원집은 부부에게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되었다. 운동을 열심히 해 체력을 키워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정원집을 가꾸고 싶다는 정옥 씨와 아내의 꿈을 응원하며 지금처럼 함께 돕고 싶다는 남편. 꿈을 이룬 공간이자 또 다른 꿈을 품게 하는 부부의 정원집을 <건축탐구 집>이 탐구해 본다.
이코노미퀸 박유미 기자 사진=EBS 건축탐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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